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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직장

[미국 직장] 직장에서 영어로 일하기

by 글쓰는 백곰 2020. 1. 26.

안녕하세요.

미국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죠.

바로 영어입니다.


3년 전 만 해도 제가 미국 회사에서 한국말 한 마디도 안 하면서 돈을 벌고 살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진급 때문에 억지로 토익 공부 한 것 외에는 영어와 담 쌓고 살았었는데 말이죠...


마흔이 가까워지면서 사십춘기라고 참 여러가지 걱정이 생기더군요.

회사는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까, 아이는 아직 어린데 내가 쟤 다 클 때까지 돈을 계속 벌 수 있을까,

내 경력을 은퇴할 때 까지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등등...

걱정 때문에 잠도 잘 못 잤었습니다.


하지만 운 좋게도 미국에서 취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본편은 이제 시작이더라구요.


출근 첫 날, 어버버버 하면서 하루 종일 진땀 빼고 집에 와서 녹초가 되어 쓰러지고...

다음 날 아침에 이 비 현실적인 상황에 또 적응 못하면서 출근하고...

또 어버버버 한 마디도 못 하고, 그냥 기술 자료나 회사 자료들만 들여다 보고 퇴근했었습니다.


다행히 매니저가 저의 언어적인 어려움을 이해했는지 천천히 쉬운 것부터 해보자고 해서 한결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견디다보니 벌써 2년 반이 넘게 회사를 다니고 있네요.


이제는 사람들과 업무적인 부분은 무난하게 대화하고 있고요, 친한 동료들과는 가끔 농담도 하고 지냅니다.

뭐 주로 듣는 입장이지만 말이죠.


회사에서 영어가 늘어가는 과정을 제 기준으로 간단하게 단계별로 나눠보면,


첫 단계로, 영어도 못 알아듣고 말도 전혀 못하는 단계입니다.

저는 이 단계가 한 3개월 정도 간 것 같네요. 이 단계에서는 영어가 약 30%만 들리고 도대체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 사람들이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습니다.

이 때, 저는 사람들의 눈과 입을 엄청 번갈아 보면서 분위기 파악을 하려고 노력 했습니다. 정말 힘 든 시기 였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말은 대충 알아듣는데 입이 안 떨어지는 단계입니다.

시간이 지나니 눈치가 엄청 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대충 이런 얘기를 나눌 것이라는 예상을 미리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충 후보 단어들을 머리에 떠올리며 그 단어가 나왔을 때 대화의 맥락을 파악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 까지도 입은 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누가 말을 시키면 머리가 정지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말로 생각을 먼저 하고, "어..." 한 다음 떠듬떠듬 단어 수준으로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단연 최고로 힘 든 시간은 부서 회의 시간 이었습니다. 회의에서 다들 현재 어떤 업무를 하고 있고, 어떤 문제가 있고를 돌아가면서 얘기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의가 있는 날이면 노트북을 열어서 영어로 대답할 문장들을 적어 놓고, 회의에 들어가서 읽었습니다. 매 번 식은 땀을 쪽~ 빼고 나오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단계인, 대화도 좀 알아듣고 한 문장 정도로 대답하는 정도입니다. 컨디션이 좋으면 먼저 대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제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라 말을 잘 안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최근 1년 사이에 듣기와 말하기가 많이 늘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같이 일하는 동료와 대화를 많이 하게 되면서 듣기와 말하기를 하루에 적어도 6시간 이상 연습했기 때문입니다.

이 친구는(사실 저보다 나이가 많아 형 입니다.) 좀 수다스러운 성격인데, 이런 성격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서로 업무 외에도 가족, 문화, 여행 등 많은 주제로 대화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매 주 목요일 퇴근 전에 사람들이 모여서 맥주 한 병 정도 하는 Happy Hour에 어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끔 회사 사람들과 사무실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아직 머나먼 영어 달인의 길에 첫 발을 디딘 것 뿐이지만, 예전보다 발전한 제 모습을 보면서 가끔 대견해 하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어제보다 나아지려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한국에서 들었던 미국 교포의 혀 꼬부라진 한국어 발음까지 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한국에 있을 때에는 혀 꼬부라진 한국어 발음이 못 마땅했지만, 지금은 그 경지에 이르는 것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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