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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직장

[미국 취업 도전기] 캘리포니아 산호세 On-site 면접

by 글쓰는 백곰 2017. 8. 25.

저는 텍사스 오스틴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올 때 제일 고민 했던 것이 어디에서 이민 생활을 시작 해야 하는가 였습니다.

오스틴이 아파트 월세도 낮고 생활물가도 다른 곳 보다 낮다고 해서 오스틴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곳에는 저와 맞는 일자리가 거의 없었고, 세 달 동안의 구직 활동 끝에 내린 결론은 다른 주에서 직장을 알아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Glassdoor, LinkedIn을 뒤지다가, 제 경력과 딱 맞는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Clover라는 회사였는데, 솔직히 POS 단말기를 만든다는 것 외에는 이 회사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입사 지원을 하게 되었고, 별 기대 없이 본 전화 인터뷰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수요일 드디어 캘리포니아 산호세로 On-site 인터뷰를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수요일, 면접은 다음 날인 목요일 오전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비행기표와 호텔 예약을 대신 해 주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비행기 시간만 기다리던 중,

저녁 7시 비행기인데 계속 연착 된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가뜩이나 긴장되어서 면접 준비도 못 하고 안절부절 하고 있는데,

한 시간, 두 시간... 계속 지연 되다가 결국 밤 11시 50분까지 연착 되었습니다.


산호세까지 가는 직항 비행기가 없어서, LA 롱비치 공항에서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결국 놓치게 되어버렸습니다.

부랴부랴 회사 리크루터에게 연락해서 다음 날 아침 7시 비행기로 연결편을 변경 했습니다.

그리고 호텔도 산호세가 아닌 롱비치로 변경 했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라 공항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오스틴 공항에 10시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LA 롱비치 공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난리를 친 항공사가 어디냐면,

바로 Jetblue 입니다. 미국에서 저가 항공사로 사우스웨스트와 쌍벽을 이루는 항공사라고 합니다.

이 때까지는 이 Jetblue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항공사인지 깨닫지 못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부터 피곤한 면접 여행 끝에 첫 도착지인 LA 롱비치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새벽 1시에 도착 한 롱비치 공항 전경입니다.)


새벽 1시에 롱비치 공항에 도착해서 Lyft(우버와 비슷한 서비스입니다)를 타고 호텔로 갔습니다.


(레지던스 호텔이라 아파트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비행기는 다음날 7시 롱비치 -> 산호세 비행기였습니다.

그러나 호텔 도착 시각은 이미 새벽 1시 30분...

6시까지 공항에 체크인 해야하니, 적어도 5시 반까지는 호텔을 나가야 했습니다.

씻고 잠자리에 들어 3시간 반을 눈만 붙이고 나와 다시 롱비치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이게 지금 뭐하는건지,

이렇게 고생하면서 On-site면접을 봐야하는지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렇게 출근 비행기(?)를 타고 산호세에 오전 9시에 도착했습니다.

면접은 10시 30분.

Lyft를 타고 가면 20분이면 가는 거리였습니다.

그래서 공항에 앉아 10시까지 한 시간 정도 공항에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을 구경했습니다.

여기는 텍사스와 다르게 백인의 비율이 상당히 낮았습니다.

대부분 인도인, 중국인이고 히스패닉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렇게 앉아서 구경을 하다가, 멍~한 상태로 면접을 보러 출발 했습니다.


(산호세 공항에서 멍때리며 찍은 사진)


Lyft를 타고 회사에 도착하니 10시 20분 쯤 되었습니다. 2층짜리 건물이었습니다.

드디어 On-site면접이 시작되었습니다.

총 5번의 면접이 예정되어 있고, 중간에 점심시간이 할당 되어 있었습니다.


들어가서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면접을 보러 왔다고 얘기하고,

메일로 주고받았던 인사과 직원과 인사 한 뒤 회의실로 안내되어 대기 했습니다.


회의실 문이 통유리라 밖에서 누가 오고 가는지 다 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멀리서 이쪽으로 오는 직원이 보였습니다.

인도인 직원이었습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제 경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아주 간단한 알고리즘 문제와 임베디드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아마존 때와는 다르게 난이도가 상당히 쉬웠습니다. 물론 제가 잘 아는 분야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45분의 첫 면접이 끝나고 바로 두 번째 면접을 시작 했습니다.

이번에는 백인 개발자가 들어왔습니다. 젠틀하면서도 친절하게 자신이 묻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 했습니다.

저도 신중하게 질문에 대답을 했습니다.

이 번 면접은 Application의 동작에 관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kernel분야라서 그렇게 잘 알지는 못했지만

면접을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부분을 떠올리며 성의껏 대답했습니다.

면접관 표정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면접,

이번에는 중국계로 보이는 면접관이 왔습니다.

서로 영어가 부족해서 많이 버벅였습니다. 질문은 대부분 전력관리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제 경험을 물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부분도 이미 아마존 면접에서 많이 연습했기 때문에 부담없이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쉴 틈 없이 45분짜리 면접 세 번을 치루고 드디어 점심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사과 직원이 저를 위해 미리 점심도시락을 신청해 놓고 있었습니다.

보통 점심을 사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회사는 점심을 제공하는 곳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저 혼자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지난번 아마존 때 처럼 매니저와 같이 밥을 먹다가는 체할 것이 뻔하니까요.

체하지 않게 소화가 잘 되는 것으로만 간단히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점심 시간은 20분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 회사는 점심시간을 최대 30분 이상 사용하면 안 되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곧바로 네 번째 면접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인도 개발자가 면접관으로 들어왔습니다. 밥을 먹고나니 정신도 멍하고 대답할 의지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문제는 기본적인 알고리즘과 경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디렉터(매니저)와의 면접,

이미 전화로 면접을 봤던 사이어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저에게 뭐 궁금한 것이 있냐고 묻길래,

이미 이전 면접들에서 많이 들어서 난 이제 충분히 이 회사에 대해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걱정되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산호세는 아파트 렌트비가 비싸고 물가도 높아서 걱정이다 라고 하니,

그에 맞는 급여를 챙겨 주겠다고 했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연봉 협상을 한 결과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연봉 계약서를 보니, 연봉이 많이 올라 있었습니다. 얘기하길 잘 했네요.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어서 마지막 면접은 45분보다 빨리 끝났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네요.


오후 6시 반에 산호세를 출발해서 LA 롱비치에 도착,

다시 8시 반 비행기로 텍사스 오스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그러나!!!

산호세 공항에 도착하니 역시나 또 연착!!!


(산호세 공항에 도착하니 항공사 위치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인 발권기로 탑승권을 발권 받았습니다.)


악명 높은 Jetblue의 연착이 또 시작 되었습니다.

6시 반 비행기인데 밤 9시까지 늦어졌습니다. 이미 연결편을 탈 수 있는 시간은 지나버렸습니다.

너무 걱정이 되어서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여기 있는 승무원들이 롱비치에서 오스틴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이니 걱정 말라"는 것 이었습니다.

저는 그 승무원이 말만 믿고 즐겁게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승무원들이 싹~ 다 바뀌더니 오스틴행 연결편을 이용하는 승객은 다 카운터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갔더니, 역시나 오늘 오스틴으로 가는 방법은 없고 롱비치에서 자고 다음날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뒤에 있던 백인 아저씨가 막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X같은 항공사가 어딨냐, 이틀에 걸쳐서 가는게 어딨냐, 내일 가는거는 정말 갈 수 있는게 맞냐, 어떻게 믿냐..."

정말 제가 다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게 영어를 잘 하지 못하므로 고분고분 다음날 아침 항공편으로 바꾸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호텔은 제공 되나요?"


안 된답니다... 허허허


어처구니 없는 항공사네요.

알고보니 연착의 이유가 항공기 한 대로 미국 전역을 완행버스 처럼 운행해서 생긴 문제였습니다.

그러니 기상 상황이 조금만 안 좋아져도 바로 연착이 되는 것이고 그게 누적되어 나중에 몇 시간 씩 연착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부랴부랴 인사과 직원에게 연락해서 호텔 예약을 제 돈으로 할 테니 나중에 환급 해달라고 하고 롱비치로 출발했습니다.


롱비치 공항에 10시쯤 도착해서 예약한 호텔로 가서 씻고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3일째 여정의 아침, 호텔은 참 좋았습니다.)


처음에 산호세로 면접을 온다고 했을 때에는 하루 자고 얼른 집으로 돌아와서 쉬어야 겠다고 생각 했었습니다.

그러나 벌써 3일째에 접어드니 아무런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비행기,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롱비치 공항은 마치 선박 터미널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소박하면서도 주변에 훌륭한 해변이 있어서 관광지에 있는 공항의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롱비치에 한 번 놀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2박 3일의 기나긴 On-site 면접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한 다음날,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얼떨떨 했습니다.


출근까지 딱 3주 주겠다고 했습니다. 8월말에 출근하라고 하네요.

이삿짐도 싸고, 아파트도 계약하고 하려면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번갯불에 콩 볶듯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취업의 기쁨도 잠시 앞으로 처리해야 할 엄청난 것들의 부담이 한 순간에 밀려왔습니다.


그래도 백수를 탈출했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이제 산호세로 이사가는 것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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