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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직장

[미국 직장] 첫 출근

by 글쓰는 백곰 2017. 9. 2.

(언제나 막히는 출퇴근 길)


지난 월요일, 미국 직장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정신 없이 5일을 일하고,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금요일 저녁을 즐기고 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은 근로자의 날(Labor Day)이어서 공식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습니다.

3일 동안 정신을 잘 가다듬어야 겠습니다.


첫 출근 날 아침,

8시 반까지 출근하라는 인사과의 연락을 미리 받았기 때문에

늦지 않기 위해서 밤잠을 설쳐가며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이 곳 실리콘밸리(Bay area)는 출퇴근 시간에 도로 정체가 심한 것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시간 전에 미리 준비해서 출발 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출퇴근을 자전거로 해 왔기 때문에

운전해서 출근 하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미국에 이민와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한 미국여행 (미국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 였습니다.),

처음으로 한 미국 운전,

처음으로 한 내 차 구입 (출퇴근을 위해 중고차를 구입했습니다.),

처음으로 한 아파트 계약 등...

혼자서 참 여러가지 것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첫 출근,

미리 서두른 덕분에 늦지 않고 도착 했습니다.

너무 일찍 가서인지 안내데스크 직원이 없어서 문 앞에서 서성거렸습니다.

얼마 후 안에서 어떤 남자분이 문을 열어주더니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남자: 누구를 만나러 왔나요?

저: 제가 오늘이 첫 출근인데요.

남자: 축하해요. 매니저가 누구예요?

저: (이름을 얼버무림, 솔직히 인도인 이름은 발음이 참 어렵습니다.)

남자: 응?

저: 알렉사(인사과 직원)를 만나기로 했어요.

남자: 아 그래요. 여기 앉아서 가다려요. (가면서) 아참, 나는 잰이예요.

저: 아 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분이 COO(이사)더군요.

참 자유로운 미국 직장 문화를 경험 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대기업에 인수 되었고,

대기업이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경영은 간섭하지 않는 형태의 회사입니다.

그래서 문화는 스타트업이고 복지는 대기업에 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니 저 말고도 두 명의 신입 직원이 있었습니다.

셋이 다 모여서 인사과 직원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로 들어갔습니다.


회의실에서 회사에 관한 기본적인 것들은 안내 받았습니다.

밥은 언제 먹나, 화장실은 어디인가, 건물 구조는 어떤가, 어디에 어떤 부서가 있는가 등...

그리고 IT 담당자를 만나서 최신형 맥북프로를 받았습니다. (좋군요.)

맥북에 이거 저거 설정하는 것을 따라하는데,

VPN을 설치하네요?

VPN은 회사 네트웍을 다른 곳에서도 접속하는 것인데요. 

한국에 있는 전 회사에서는 출장 갈 때만 아주 짦은 기간만 사용하게 허가해 주는데,

여기는 항상 접속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하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습니다.

"출장이 잦은가?" 정도로만 생각했었습니다.


알고 보니, 다들 퇴근할 때 맥북을 백팩에 넣어서 가지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컬쳐 쇼크였습니다.

회사 자산을 집으로 가져가다니...

그런데 며칠이 지난 지금 저도 백팩에 맥북을 가지고 퇴근하고 있습니다.

집에서도 일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 해 놔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설정이 끝나고 인사과 직원이 제 자리를 안내해 줬습니다.

자리에 도착해서 보니, 책상 위에 기념품 몇 가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회사 백팩, 차와 맥북에 붙이는 스티커, 티셔츠, 카디건, 물병이 있었습니다. 굳즈를 주다니 참 젊은 회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리에서 조금 기다리니 매니저가 제게 와서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부서 사람들과 업무 관련 부서 사람들에게 저를 소개 해 줬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영어라고는 "Nice to meet you" 였습니다. 멘붕에 멘붕이었습니다.

사람들 이름도 하나도 안 들리고, 얼굴은 점점 굳어가고...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서 회사 싸이트들을 둘러보다 보니 점심 시간이 되었습니다.

매니저가 점심을 사 주겠다고 하여 근처에 있던 직원과 같이 써니베일 다운타운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매니저가 읽어보라고 준 자료들을 보며 언제쯤 퇴근하면 되는지 눈치를 봤습니다.


5시가 지나니 사람들이 슬슬 퇴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6시쯤 되어서 슬쩍 빠져 나왔습니다.

휴~ 전쟁과도 같은 첫 출근을 드디어 마무리 하게 되었습니다.


이 회사는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9시에서 10시 쯤에는 대부분 출근하고,

퇴근은 6시쯤에 알아서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면 메신저나 회사 캘린더에 기록하고 먼저 가도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주어진 업무를 철저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치열한 미국 직장 생활이 시작 되었습니다.

영어도 일도 빨리 배워서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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