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을 결정한 것은 2015년 여름이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10년 넘게 한 회사를 다니고 어느 정도 경력을 쌓고 보니
회사에서는 저에게 개발 보다는 관리를 시키려고 했습니다.
제가 사원때 부터 롤모델로 삼았던 부장님이 점점 관리만 하다 결국 공황장애 초기 증상까지 가는 것을 보며,
저의 미래는 저 분보다 좋아질 수는 없겠다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부장님은 그 당시 겨우 40대 초반이었습니다.
사오정이라는 말이 갑자기 실감 되면서 눈 앞이 캄캄해 졌습니다.
그 때부터 잠을 못 자며, 고민 끝에 휴직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기가 온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휴직을 하고 영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강남에 있는 유명 학원에서 영문이력서와 영어인터뷰 과정을 들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덴마크로 이민을 갈 생각을 했었습니다.
덴마크는 그린카드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린카드를 획득한 외국인은 홀로 1년간 덴마크에서 구직 활동을 해야하며,
가족은 1년 후에나 데려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덴마크를 포기하고, 노르웨이, 스웨덴으로 직장을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은 노르딕 연합?인가 하는 북유럽 연합을 만들어서 서로 경제적 교류를 하고 있었습니다.
덴마크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북유럽으로의 이민을 포기 했습니다.
그 다음 목표로 삼은 곳이 독일이었습니다.
독일 또한 취업비자를 주고 IT이민을 독려하는 분위기 였습니다.
그래서 독일로 목표를 잡고 3개월간 어학연수도 할 계획을 잡았습니다.
독일로 갈 생각을 하고 영어수업을 듣는 중에,
강사분께서 왜 영어를 공부하면서 독일로 가려고 하느냐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은 제가 영어를 너무 못 해서 엄두도 못 내고, 영어를 조금만 해도 되는 독일로 가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이 엉망인 영어실력으로 미국에 간다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강사분(캐나다 출신)이 기술만 있으면 영어를 못 해도 일 할 수 있는 곳이 미국이라고, 한 번 도전 해 보라고 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미국취업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 했습니다.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은 아래와 같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 H1B: 비이민 취업 비자
- EB1, EB2: 숙련 영주권 비자
- EB3: 비숙련 영주권 비자
제가 선택 할 수 있는 것은 위의 세 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H1B(취업비자)로 미국에 가기로 결정하고, 이력서를 보낼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 했습니다.
하지만 H1B는 1년에 받는 인원 수가 제한되어 있고, 인력이 넘칠 경우 추첨을 통해 발급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평균 경쟁률은 4:1 정도 였습니다.
1년에 한 번만 기회가 있고 5월에 비자를 받으면 10월부터 미국에서 일 할 수 있는 비자 였습니다.
미국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힘든데 추첨까지 해서 비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너무 부담 되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모든 희망은 사라지고,
다 포기해야 하나 할 때에,
와이프가 EB2를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 했습니다.
EB2는 석사, 박사급의 최고급 인재들만 뽑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취업도 되어서 Job offer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엄두도 못 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잘 알아보니 NIW(National Interest Waiver)라는 비자가 있었습니다.
NIW는 EB2와 같은 이민 비자이지만 Job offer가 없어도 발급 가능한 이민비자(영주권 비자)였습니다.
NIW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미국으로 결정을 하고 독서실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력서와 영어면접 과정을 한 달 다니고,
영어 문법 기초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12년 넘게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토익공부도 꾸준히 해왔지만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기초 영문법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한 달 과정의 문법수업을 들으면서 수업이 끝나면 독서실로 가서 바로 복습을 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나니 영어를 혼자서도 공부 할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미국 드라마 모던패밀리를 영어자막과 한글자막으로 보기 시작 했습니다.
모던패밀리는 1화에 20분정도의 분량이지만
영어 자막으로 일일이 다 해석하고, 한글자막으로 뜻을 다시 익히고,
자막이 없이 다시 보려니,
아무리 빨리 해도 두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정말 진이 빠지는 시간이었습니다.
12화 정도 하니 미국에서 사용하는 일상용어를 대충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 때 익힌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 달 정도 공부를 하고나니 영어로 말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입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영어가 계속 머리속에서만 빙빙 돌고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떡하지... 하다가
예전에 잠깐 맛보기로 들었던 시X스쿨이 떠올랐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뭐가 그렇게 잘났었는지,
시X스쿨에서 가르치는 기본적인 것들이 너무나 유치하게 느껴졌었습니다.
한 마디도 못하면서 뭐가 그렇게 잘났었는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마음에 1년치 강의를 결제했습니다.
매일 폰에 동영상을 저장해서 한 강씩 듣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웅얼거리며 따라하기를 세 달,
모든 강의를 다 들었습니다.
이제 떠듬떠듬 영어를 말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항상 머릿속으로 이런 상황에는 영어로 어떻게 말하지? 하는 생각을 하며 영작을 하기 시작 했습니다.
이 때 즈음해서, 구글이 번역기를 혁신적으로 개선했습니다.
한글로 적은 내용을 거의 맞게 영어로 번역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http://transfer.google.com)
항상 궁금한 것을 번역기로 돌려서 익히기 시작 했습니다.
그렇게 이어온 영어 공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아직도 번역기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일 하고 있습니다.
위의 모든 것을 요약 해 보면 아래의 과정을 통해, 영어를 처음 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 학원에서 기초 문법
- 모던패밀리 영문 자막, 한글 자막, 자막 없이 반복 학습
- 시X스쿨 기초, 기본, 실전 강의
- 구글 번역기로 바로바로 궁금증 해결
영어 공부는 지금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한 방에 알아 듣고 답하는 그 날까지...
이민 생활에서 영어는 저의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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